종신보험 사망보험금은 그동안 가입자가 세상을 떠난 뒤 남은 가족의 생계를 위해 지급되는, 말 그대로 ‘사후(死後) 자산’으로 여겨졌습니다. 가입자 본인이 아무리 노후 생활이 어려워도, 살아있는 동안에는 직접 꺼내 쓸 수 없는 돈이었죠. 이 때문에 많은 분들이 ‘그림의 떡’처럼 느끼거나, 급한 자금이 필요할 때 손해를 감수하고 해지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종신보험 사망보험금을 본인의 노후 생활을 위해 연금처럼 미리 당겨 쓸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되었습니다.
과거에는 든든한 보장 자산이었던 종신보험이 고령화 시대에 접어들며 당장의 생활비가 더 절실한 노년층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하기도 했습니다. 소득은 끊겼는데 의료비나 생활비는 계속 필요한 상황에서, 사망 후에나 받을 수 있는 보험금은 실질적인 도움이 되기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금융 당국이 사망보험금을 유동화하여 가입자 본인이 생전에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한 것입니다. 오늘은 그 구체적인 내용과 조건, 그리고 누가 혜택을 받을 수 있는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왜 종신보험 사망보험금 미리 받기를 원할까?
상황을 한번 그려보겠습니다. 20년 전, 자녀들을 위해 1억 5천만 원의 종신보험 사망보험금이 나오는 상품에 가입한 60대 A씨. 이제 곧 보험료 납입도 끝나지만, 막상 노후를 맞닥뜨리니 생각이 많아집니다. 한 인터뷰에서 그는 “몸이 아프거나 돈이 급하게 필요할 때, 자식에게 손 벌리기보다 내가 낸 돈을 쓰고 싶다”고 말합니다. 내가 넣은 돈은 내가 쓰는 게 당연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죠.
또 다른 가입자 역시 “사망 보험금, 내가 죽고 나서 가족이 많이 타면 그게 이제 무슨 소용인가 싶다”라며, “당장 약값도 많이 들어가고 비보험 처리되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고 토로합니다. 이처럼 고령층에게는 먼 미래의 목돈보다 현재의 안정적인 현금 흐름이 더 중요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많은 분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원금 손실을 감수하고서라도 보험을 해지하는 고민을 해왔던 것입니다. 바로 이런 분들을 위해 ‘사망보험금 생전 지급’이라는 새로운 선택지가 생긴 것입니다.
이제는 가능하다 ‘연금처럼 당겨 쓰는’ 사망보험금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가입자의 노후 소득을 보강하기 위해 종신보험 사망보험금의 일부를 연금처럼 선지급 받을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습니다. 이 제도의 핵심은 계약을 해지하지 않고도 사망보험금의 일부를 미리 받아 노후 생활비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물론 모든 가입자가 신청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몇 가지 필수 조건을 충족해야 합니다.
첫째, 가입자의 나이가 만 65세 이상이어야 합니다. 노후 소득 보장이라는 제도의 취지에 맞춘 것입니다.
둘째, 약정된 보험료 납입을 모두 완료한 계약이어야 합니다. 더 이상 낼 보험료가 없는 상태에서 적립된 보험금을 활용하는 방식입니다.
셋째, 해당 보험 계약으로 받은 보험계약대출(약관대출) 잔액이 없어야 합니다.
이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가입자는 사망보험금의 최대 90%까지 범위 내에서 본인이 원하는 비율만큼을 매달 나누어 연금처럼 수령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사망보험금의 70%를 연금으로 받고, 나머지 30%는 본래 목적대로 유족에게 상속하는 방식의 선택이 가능해집니다.
사망보험금 유동화 구체적인 예시
말로만 들으면 다소 복잡하게 느껴질 수 있으니, 구체적인 예시를 통해 살펴보겠습니다.
가령 만 40세에 사망보험금 1억 원을 보장하는 종신보험에 가입해 20년 동안 매월 15만 1,000원을 납입한 계약자가 있다고 가정해봅시다. 이 계약자가 만 65세가 되어 사망보험금의 70%를 20년간 연금으로 수령하겠다고 신청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이 경우, 계약자는 매월 약 18만 원을 20년간 연금으로 지급받게 됩니다. 그리고 본래의 사망보험금 1억 원에서 미리 받은 7,000만 원을 제외한 나머지 3,000만 원은 가입자 사망 시 유족에게 지급됩니다. 즉, 자신의 노후 생활비로 보험금을 활용하면서도 최소한의 보장 자산을 가족에게 남길 수 있는 구조입니다. 이는 단순히 보험을 해지해 해지환급금을 받는 것보다 훨씬 안정적이고 합리적인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연금 외 다른 수령 방법과 제외 대상
이번 제도는 단순히 현금으로만 받는 것에 그치지 않습니다. 가입자의 필요에 따라 요양 시설 이용이나 간병 서비스 등 현물 서비스 형태로도 수령이 가능하도록 설계될 예정입니다. 이는 거동이 불편하거나 전문적인 돌봄이 필요한 고령층에게 더욱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부분입니다.
하지만 모든 종신보험 상품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므로 유의해야 합니다. 우선적으로 금리가 확정된 일반 종신보험부터 적용되며, 시장 상황에 따라 금리가 변동하는 금리연동형 종신보험이나 9억 원을 초과하는 고액 사망보험 등은 일단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또한 앞서 언급했듯, 보험계약대출이 남아있는 경우에는 신청이 불가능합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이러한 조건을 충족해 사망보험금 유동화가 가능한 계약은 약 33만 9천 건, 금액으로는 11조 9천억 원 규모로 추산됩니다. 적지 않은 규모의 ‘잊혀진 자산’이 주인을 찾아 노후를 돕는 데 쓰일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이 새로운 상품은 이르면 올해 3분기 중으로 출시될 예정이며, 기존 종신보험 가입자에게도 연금 전환 특약이 일괄적으로 부여될 계획입니다. 이는 종신보험이 단순히 죽음 이후를 대비하는 상품을 넘어, 가입자의 살아있는 동안 든든한 동반자가 되어줄 수 있는 중요한 변화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나의 노후를 위한 새로운 선택지, 종신보험 사망보험금 연금 전환 제도를 꼼꼼히 확인하시고 현명하게 활용하시길 바랍니다.